최근 몇 년간 대한민국의 인구 감소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있습니다. 2024년 기준 합계출산율은 0.72명으로, 세계 최저 수준을 또다시 경신했습니다. 인구가 줄어든다는 것은 경제의 역동성 약화, 소비 시장 축소, 주택 수요 감소 등 수많은 부정적 파급 효과를 야기할 수 있는 구조적 문제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인구 구조의 변화 속에서도, 한국 부동산 시장에는 여전히 외국인의 자금이 유입되고 있습니다. 특히 서울 강남권, 용산, 성수동, 마포 등 핵심 지역을 중심으로 외국인 매입 비중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현상은 많은 이들의 의문을 자아냅니다. 인구가 줄어들면 부동산 가격도 하락하는 것이 상식처럼 여겨지는데, 외국인 투자자들은 왜 반대로 움직이는 것일까요? 전체 인구는 감소하고 있지만, 서울·수도권의 인구는 오히려 집중되고 있는 현상을 주목해야 합니다. 지방은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인한 쇠퇴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반면, 서울과 경기 일부 지역은 여전히 청년층과 외국인의 유입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서울의 핵심 지역은 희소성이 강화되고 있으며, 외국인들은 이러한 “도시 내 격차”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세계적으로도 글로벌 도시 내 핵심 입지는 인구 감소와 무관하게 자산 가치가 유지되거나 상승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이는 뉴욕, 런던, 도쿄, 파리 등의 사례에서도 확인할 수 있으며, 서울 역시 그 범주에 포함되고 있습니다. 한국 부동산 시장은 글로벌 금융위기나 팬데믹 시기에도 비교적 빠르게 회복하는 모습을 보였고, 정부의 정책 개입이 자주 이뤄지는 만큼 급격한 붕괴에 대한 우려가 낮은 시장으로 평가되기도 합니다. 일부 외국인 투자자들에게는 한국이 중위험-중수익의 안전 자산 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환율 효과와 자산 다변화 전략도 주요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최근 몇 년 간 일본 엔화와 중국 위안화는 달러 대비 약세를 보였습니다. 이로 인해 일본, 중국의 고자산가들은 자산 가치를 보존하기 위해 해외 부동산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한국은 지리적으로 가깝고 법제도도 비교적 안정적이며, 외국인 투자자들에게는 문화적 이질감이 적은 시장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특히 일본의 경우, 장기 저성장 국면에 들어서며 자국 내 부동산 시장의 매력도가 낮아졌고, 이에 따라 서울의 핵심 입지를 매입해 장기 보유하는 방식의 투자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최근 외국인들이 관심을 가지는 또 다른 영역은 임대 수익형 자산입니다. 한국은 전세라는 독특한 제도가 존재하고, 월세 시장도 점차 확대되는 추세입니다. 이에 따라 외국인은 임대 수익률과 자산 가치 상승을 동시에 노릴 수 있는 구조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일부 외국인 투자자들은 법인을 설립해 수익형 부동산을 매입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매월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흐름이 무조건 긍정적인 것만은 아닙니다. 일부 외국 자본은 자금세탁 목적의 부동산 매입이나 단기 투기 목적의 거래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는 시장의 안정성을 해칠 수 있습니다. 또한, 한국 내 무주택 청년이나 실수요자들이 외국 자본과 경쟁해야 하는 구조는 사회적 불평등을 가중시킬 가능성도 존재합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외국인 부동산 매입에 대한 투명성 강화, 거주 목적과 투기 목적의 구분, 세제 조정 등의 제도적 장치를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인구 감소는 분명히 부동산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서울과 같은 글로벌 핵심 도시의 부동산은 예외적인 구조를 가질 수 있으며, 외국인 투자자들은 오히려 이러한 구조적 변화 속에서 기회를 포착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인구 통계만으로 시장을 단순 해석하는 것보다는, 지역별 수요 집중도, 외부 자본의 흐름, 글로벌 자산시장과의 연계성 등 복합적인 요소를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 부동산 시장은 이제 더 이상 내수 중심의 시장이 아닙니다. 글로벌 자본의 시야에서 바라보는 시선이 필요할 때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