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전세 절벽이라고? 월세는 멸종이다석달새 물량 25% 사라졌다 박재영 기자 입력2026.03.15. 오전 10:28 기사원문
서울 아파트 전경. 연합뉴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재개를 앞두고 서울 아파트 시장 매물이 빠르게 쌓이고 있지만 세입자들의 전월세난은 깊어지는 중이다. 전세 품귀가 심화하는 가운데 월세 물건은 더욱 빠른 속도로 줄어들면서 임차인들의 선택지가 빠르게 사라지는 모양새다.
14일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전날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물건 수는 1만7638건으로 연초 2만3060건 대비 23.6% 감소했다. 월세 감소세는 더 빠르다. 같은 기간 월세 물건 수는 2만1364건에서 1만6145건으로 24.5% 줄었다. 지난 9일에는 1만5992건으로 2024년 10월 이후 처음으로 1만5000건대로 떨어지기도 했다.
전세보다 월세 물건이 더 빠르게 소진되고 있는 것은 최근 전월세난이 이어지는 가운데 평형·입지 등 수요자가 원하는 조건의 전세 물건 품귀가 심화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원하는 전세 물건을 찾지 못한 세입자들이 월세로 눈을 돌리는 계약이 늘면서 월세 물건 소진 속도가 빨라졌다는 분석이다.
서울 주요 대단지에서도 전세 매물 가뭄은 뚜렷하다. 수천 가구 규모 단지에서도 전세 매물이 한 자릿수에 머문 곳이 다수 발견된다. 이마저도 대부분 실수요가 높지 않은 대형 평형이거나 입주 시기를 맞추기 어려운 물건이 대다수다.
3003가구 대단지 아파트인 노원구 월계동의 그랑빌은 현재 전세 물건이 한 건도 없다. 1944가구 규모의 상계동 상계주공 11단지의 전세 물건도 0건이다. 강북구 미아동의 SK북한산시티 아파트는 3830가구 중 전세 물건이 단 1건이다.
실제 올해 들어 서울 아파트 신규 임대차 계약 가운데 보증부월세(반전세)를 포함한 월세 계약 비중은 52%로 절반을 넘어섰다. 지난해 전체 기준 47.1% 대비 5%포인트 가까이 뛴 수치다.
구별로 보면 전월세 물건 감소세는 서울 강북 지역에서 특히 두드러졌다. 아실에 따르면 연초 이후 전월세 물건 감소율은 노원구가 50.6%로 가장 높았고 동대문구(-47.2%)와 구로구(-47.2%), 도봉구(-44%) 순으로 뒤를 이었다.
강남권도 예외는 아니다. 강남구 역시 연초 대비 전월세 물건이 20.6% 사라졌고 서초구와 송파구는 각각 20.6%와 15.5%의 감소율을 기록했다. 서울 모든 자치구에서 전월세 물건이 줄어들었다.
이러한 가운데 월세는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1월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는 150만4000원으로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1년 전(134만3000원)과 비교하면 약 12% 오른 수준이다. 아파트 월세가격지수도 104.59로 2015년 통계 작성 시작 이래 가장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지난달 서울 서대문구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아파트 매매 매물과 전월세 물건 안내문이 붙어 있다. 매경DB
특히 강남권의 월세 수준은 서울 평균을 크게 웃돌았다. 강남구 266만3000원, 서초구 258만9000원, 송파구 208만6000원, 용산구 268만1000원으로 강남3구와 용산구의 평균은 약 250만원에 달했다. 서울 평균보다 100만원가량 높은 수준이다.
새로 준공한 입주 아파트의 월세 계약 비중도 급증하고 있다. 직방에 따르면 지난해 6·27 대출 규제 이후 서울에서 입주한 새 아파트 4개 단지의 월세 계약 비중이 평균 60%로 집계됐다. 작년 11월에 입주가 시작된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 이문아이파크자이(4천321가구)는 월세 계약이 69%에 달했다.
서초구 잠원동 메이플자이(3307가구)는 6·27 규제 시행 전 전월세 계약에서 월세 비중이 39%(전세 61%) 수준이었으나, 대출 규제 시행 후 월세 비중은 입주 지정기간 내인 8월 말까지는 43%, 9월 이후부터 작년 말까지는 60%로 높아졌다.
문제는 향후 공급 여건이 더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서울 공동주택 입주 예정 물량은 올해 2만7158가구에서 2027년 1만7197가구로 1만가구 가까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입주 물량 감소가 현실화하면 전세 공급 위축은 더욱 가팔라지고 이는 다시 월세와 매매 가격 상승을 자극하는 악순환 구조로 이어질 수 있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 연구원은 현재 서울 아파트 시장은 무주택자를 중심으로 중저가 지역의 키맞추기 장이 펼쳐지는 중이라며 이들 지역은 실수요 유입은 꾸준한데 전월세 매물 부족 등으로 인해 내 집 마련 수요가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박재영 기자(jyp8909@mk.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