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데스크칼럼] 내 집이라면 낫다 성연진 기자 성연진 기자 입력2026.03.17. 오전 11:12 기사원문
광화문 사거리서 봉천동까지/ 전철 두 번 갈아타고/지친 하루 눈은 감고 귀는 반 뜨고/ 졸면서 집에 간다/홍대에서 쌍문동까지/서른아홉 정거장/운 좋으면 앉아가고 아니면 서고/지쳐서 집에 간다 (나훈아, 남자의 인생 중)
거주지를 정하는 중요한 기준 중의 하나는 직장과의 접근성이다. 광화문, 여의도, 강남 등 서울 주요 업무지구에 쉽고 빠르게 출퇴근할 수 있는 주거지의 아파트값이 오른 것도 이 때문이다. 삶의 고단함이 묻어나는 노래 속 주인공은 아마도 직주근접에 실패한 이 같다. 하지만 수년간 서울 집값 오름폭을 감안하면 졸며 가도, 지쳐 가도 내 집이라면 낫다.
실제 봉천동도 쌍문동도 집값은 올랐다. 관악구 봉천동의 대장 아파트인 e편한세상 서울대입구 2차84㎡(이하 전용면적)는 지난해 11월 13억원에 거래됐다가 올 2월 14억4500만원으로 올랐다. 현재 호가는 저층은 13억8000만원에 나와 있지만, 중층은 14억5000만원으로 하락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도봉구 쌍문동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재건축 추진단지인 쌍문 한양 1차 아파트는 79㎡ 호가가 7억6000만~7억8000만원 수준이다. 2022년 신고가보단 아래지만, 2023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동안은 7억을 넘겨 거래된 적은 없었다.
시장에선 정부가 15억원 이하만 대출을 6억원까지 해줬더니, 대출을 최대로 받을 수 있는 가격대의 아파트값이 올랐다고 본다.
아파트값은 30대 생애 최초 매수자가 올린 것으로 집계된다.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2월 서울 집합건물(아파트·빌라·오피스텔 등) 생애최초 매수는 1만2464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6900건) 대비 80.6% 급증했다. 특히 30대 매수는 작년(3316건)보다 2배 늘어난 6760건을 기록했다.
집값 상승과 규제 환경이 동시에 작용하면서, 젊은 세대가 틈새를 비집고 내 집 마련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생애최초 매수자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은 70%로 대출 문턱이 더 낮다.
문제는 정부가 내 집 마련 청년의 마음을 이해하고 있는가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최근 라디오에 출연해 초단기 공급대책을 예고했다. 여기엔 도심 내 공실 상가, 오피스, 숙박시설을 매입하거나 임차한 뒤 주거용으로 용도 변경해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안이 포함된다.
청년의 욕망은 성공한 투자자나 자산가를 향해 있는데, 정부의 시선은 주거취약계층(임대주택 공급)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아파트가 아니더라도 주식에 코인까지 자산가격이 오를 때마다 박탈감을 경험한 이들은, 거주권은 물론 소유권도 중시한다. 게다가 임대비용은 투자자의 관점에선 소멸비용이다.
살지 않는 집은 팔아라는 정부의 말을 뒤집어보면 살(거주) 집은 사라가 된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2월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주택종합(아파트·연립·단독주택 등) 매매가격은 0.66% 올랐다. 한달 전(0.91%) 대비 상승 폭은 줄었지만, 여전히 오름세다.
물론 5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를 앞두고 초급매 나 급급매가 집값을 더 떨어뜨릴 수도 있다. 하지만 투자의 시대에서 비롯된 청년의 욕망도 떨어질 것인지는 모르겠다.
성연진 yjsung@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