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먼저 글을 쓰는데에 사용한 주거용 부동산 임대수익률은 전 세계에서 가장 공신력이 있는 Global Property Guide 의 데이터임을 분명히 밝히고 시작합니다. * Global Property Guide 이하 GPG 라고 하겠습니다. GPG의 모든 국가들의 임대 수익률 평균을 내보면 85개 국가의 주거용 부동산의 임대 수익률은 5.59%입니다. 2025년 10월 현재, 대한민국 주거 시장의 근간을 이루던 '전세' 제도는 소멸하고있습니다. 한때 한국의 주거비를 전 세계에서 가장 저렴하게 유지시켰던 1등 공신이었던 전세는 이제 서서히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정책적·사회적 충격으로 인해 매우 빠르게 붕괴하고 있습니다. 과거 전세 제도는 임차인에게는 목돈만 맡기면 월 임대료 없이 2년간 거주할 수 있는 '주거 사다리'였고, 집주인에게는 이 보증금을 활용해 자산을 늘릴 수 있는 레버리지 수단이었습니다. 이 독특한 시스템 덕분에, 한국의 임차인들은 다른 나라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무월세' 혹은 매우 낮은 주거 비용으로 생활할 수 있었습니다. 2024년까지 한국부동산원(REB)과 KB국민은행이 발표한 서울 아파트의 평균 임대수익률(자본환원율)은 연 2% 초반대 (약 2.0% ~ 2.3%)였습니다. 한국의 임대 수익률이 2.3%로 세계 최저 수준인 것은, 바로 이 전세 제도 때문에 월세 시장이 비정상적으로 저평가되어 있었음을 증명합니다. 하지만 이 견고했던 제도는 두 가지 큰 충격으로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 첫째는 2020년 7월 시행된 '2+2 계약갱신청구권'입니다. 4년간 임대료를 통제당할 것을 우려한 집주인들은 전세 매물을 거둬들이거나, 4년 치 상승분을 한꺼번에 반영한 '신규 전세'를 내놓기 시작했습니다. 전세 공급 자체가 불안정해진 것입니다. 둘째는 2022년부터 터져 나온 대규모 '전세 사기' 사태입니다. "보증금은 반드시 돌려받는다"는 전세의 대원칙이자 사회적 신뢰가 뿌리째 뽑혀나갔습니다. 임차인들은 이제 비싼 이자를 내고 전세에 사느니, 차라리 보증금이 안전한 월세를 택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붕괴의 속도는 실제 통계가 명확히 보여줍니다. 2020년만 해도 서울의 주택 임대차 거래 중 전세 비중은 70.5%로 압도적이었습니다. 그러나 불과 5년이 지난 2025년 8월 누계 기준, 월세 비중이 64.1%로 치솟아 전세 비중(35.9%)을 완벽하게 역전했습니다. 5년 만에 시장의 주인이 완전히 뒤바뀐 것입니다. 이제 한국의 주거 시장은 '전세의 종말'과 함께, 우리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진짜 월세 시대'의 문을 열고 있습니다. 3+3+3계약 갱신 법안이 통과되고 정부가 만지작거리는 보유세 인상 카드까지 현실화되면 한국의 월세는 최소 두 배인 연 4.6%로 오를겁니다. 이것도 전 세계 평균인 집값의 5.6%보다 훨씬 보수적으로 잡은 것입니다. 만약 8억 5천만 원짜리 아파트에 전 세계 평균 주거용 부동산 임대 수익률을 적용한다면, 집주인이 받아야 할 연간 월세는 약 4,760만 원이며, 이는 매달 397만 원에 달하는 금액입니다. 전 세계 평균 까지 임대 수익률이 오르지 않고 일본과 비슷한 4.47%라고 가정해도 8.5억 아파트의 월세는 316만원에 달합니다. 전세 제도가 사라진 한국의 임차인들이 앞으로 마주하게 될 냉혹한 '글로벌 스탠더드'입니다. 특히 이 월세 수익률은 '보유세'와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집주인에게 보유세는 매년 지출되는 '비용'이며, 이 비용이 높을수록 이를 월세로 전가하려는 동기가 강해져 임대 수익률이 높게 형성됩니다. 아일랜드의 경우 '지방 재산세'를 부과하며 임대수익률은 7.58%에 달하고, 이탈리아는 임대용 주택에 '아이엠유'라는 강력한 보유세를 부과하며 임대 수익률은 7.27%를 기록합니다. 주마다 높은 실효세율을 부과하는 미국 역시 6.51%의 높은 임대 수익률 보입니다. 반면에, 보유세가 거의 없는 나라들은 월세도 저렴합니다. 대표적인 조세회피처로 보유세가 사실상 '0'인 모나코는 임대수익률이 2.14%에 불과하며, 보유세 비중이 매우 낮은 스위스(수익률 2.92%)와 대만(수익률 2.24%)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는 "보유세가 낮아야 임차인의 부담(월세)도 낮다"는 것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그런데 한국은 보유세 인상 카드도 만지고 있습니다. 보유세가 높아지면 보유세를 내기위해 당연히 월세가 높아집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가 '3+3+3' (총 9년) 계약갱신 법안까지 추진한다면, 이는 전세 제도에 내리는 사망 선고와 같습니다. 그 어떤 집주인도 9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높은 보유세를 내면서, 자산권도 행사하지 못하는 '전세'를 내놓지 않을 것입니다. 모든 전세가 월세로 전환되는 속도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빨라질 것입니다. 결론은 명확합니다. 다주택자를 죄악시하고 3+3+3 법안을 통과시켜 전세 제도를 없애고 보유세를 높히게되면 결과는, 결국 '집 없는 무주택자'들이 감당하게 될 것입니다. 2+2 계약갱신법안, 전세 사기, 그리고 만약 현실화될 3+3+3 법안과 높은 보유세는, 한국의 주거비를 낮춰주던 전세라는 안전판을 완전히 걷어내는 행위입니다. 그 결과, 임차인들은 매달 글로벌 평균에 맞는 주택 가격의 4~5.6%에 해당하는 월세를 내는 것이 당연한, 가혹한 주거비 부담의 시대를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무조건 이렇게 된다는 게 아니라 3+3+3 전세 계약 갱신 법안이 통과되고, 보유세가 높아질 경우를 가정한 것입니다. 만약 정부에서 보유세 인상을 포기하거나 매우 낮은 %로 인상하고 3+3+3 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그래도 전세가 유지되면서 월세 폭등이 아닌 완만한 상승을 할 거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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