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어머님께서는 약 30년 가까이 부동산업에 몸담으셨습니다. 지금은 서울에 중급지 정도의 대단지 아파트에서 조그맣게 하고 계십니다. 덕분에 제가 자라오며 어깨넘어로 보고 듣고 자란 것이 부동산이었습니다. 이번 명절에 가족들과 같이 시골에 내려가면서, 어머니와 같이 부동산 시장에 대한 전망과 분위기에 대해 오랜 시간 얘기를 나눌 수 있게 되었습니다. 공인중개사는 부동산 시장의 전문가는 아닙니다. 그러나 오랜 시간 동안 쌓인 내공과 더불어, 누구보다 빨리 현장의 분위기를 캐치할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어머님이 알려주시는 시장 분위기는 뉴스기사보다 항상 한발짝 빨랐습니다. 수많은 얘기 중에 이번에 주로 얘기됐던 것 중에 하나는 '부동산 시장 과열' 이었습니다. 2~3달전부터 매일 저녁 8~9시에 집에 들어가시고, 24시간 내내 전화대기상태라고 하셨습니다. 뉴스가 뜨기 전이죠. 또한 어머니께서 일하시는 곳은 서울 상급지도 아니었습니다. 이로 인해 이번 명절에 시골에 내려가지 못할 뻔했다고 합니다. (얘기하는 도중에 종종 전화받고 문자 계속 오셨음) 사실 이럴 때일수록 매수에 대해 신중에 신중을 가해야 합니다. 더욱이 부동산 초보분들에게 있어서는 충분한 고민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러한 장에서 매수를 한다는 것은 좋지 않은 물건을 살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부동산 활황기(매도자 우위)일 때 신중을 가해야 하는 이유는 아래와 같습니다. 세상에 은근히 부자들이 많습니다. 총알(?)을 장전해놓고 집을 보지도 않고 매물이 나오면 바로 가계약금을 쏴버리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거래금액은 대면 협의라고 해놓고 앉은 자리에서 몇천 몇억을 올리는 경우도 많습니다. 지방에서 올라오신 분들은 이럴 경우 허탈하신 상황도 종종 생기죠. 결국 이러한 분위기에 휩쓸려 못난이 상품을 사게 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같은 단지임에도 1층, 북향 등등.. 주거성이 다소 떨어지는 상품을 매수하게 된다는 말입니다. FOMO에 휩쓸려 어떻게든 내가 원하는 급지의 부동산을 사기 위해 이러한 물건을 매수하게 된다면, 추후 매도시점에 문제가 생깁니다. 매도하는 시점이 활황기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은 시점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활황기가 아닌 시점에서는 이런 물건들은 가격을 계속 깎아도 잘 안팔리는 경우가 생깁니다. 부동산은 매수는 기술, 매도는 예술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예술과 같은 매도를 위해서는 최대한 좋은 물건을 사야 하는데, 과열기에는 이게 쉽지 않습니다. 공인중개사, 세무사, 기타 부동산 전문가들의 의견을 제대로 청취하기가 힘듭니다. 부동산 시장분위기가 절정에 이르면, 저희 어머니 핸드폰이 5~10분에 한번씩 전화가 오는 경우도 보았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매수자분들이 양질의 상담을 받을 수 있을까요? 아마도 충분한 임장과 충분한 생각과 토론 이후에 거래를 결정하는 건 사치일지도 모릅니다. 또한 온갖 부동산 유튜버, 블로거들이 난무함에 따라 정제되지 않은 정보들이 난무하게 됩니다. 검증되지 않은 자료와 의견들을 바탕으로 합리적이지 않은 선택을 할 확률이 높습니다. 부동산 중수/고수들은 그나마 덜하겠지만, 급박한 시장흐름에 따라 빠른 의사결정이 요구되는 상황인만큼, 중수/고수들도 정보의 검증절차를 거치지 않고 서둘러 계약을 하는 상황도 존재합니다. 결국 이런 시장에서는 많은 정보를 가지는 사람이 좋은 선택을 하지도 않습니다. 많고 올바른 정보를 가지고 있고, 바로 계약금을 쏠 수 있는 준비된 사람들만이 좋은 선택을 하게 될 것입니다. 안타깝게도 부동산 초보분들은 이 2가지가 모두 준비된 경우가 극히 드물죠. 아무리 전문가라도 실수는 할 수 있기 마련입니다. 사고가 터질 확률은 어느정도 정해져있기 때문에, 모수가 많아지게 된다면 사고의 절대량은 늘어날 수 밖에 없습니다. 보통 부동산 활황기라 함은, 가격이 오르면서 거래량이 터지는 그런 시점입니다. 지금이 그런 시점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예전에선 볼 수 없었던, 주변에서 등기와 관련된 사고가 두어개정도 들려오고 있습니다. 최근 법무사 시장이 레드오션이 되면서, 그리고 법무통이라는 어플이 나오게 되면서, 법무사들이 박리다매 전술을 펼치는 분위기가 짙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곳은 저가로 공장식으로 등기를 찍어내기 때문에 사고가 터지기 쉽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사고는 비단 등기 뿐만이 아닌, 공인중개사 레벨에서 터질 수도 있고, 거래자간의 일정 조율 단계에서 터질 수도 있고, 정책때문에 터질 수도 있습니다. (이번 정부는 대처할 틈을 주질 않음) 거래 자체가 대단히 복잡한 부동산 시장의 특성 상, 거래의 어느 특정 단계에서 사고가 터질 확률이 높아지게 됩니다. 위 글의 원본과 관련 글들은 아래 블로그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https://blog.naver.com/impine88/224034319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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