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blog.naver.com/jongtac21/224030415724먼지는 늘 그렇듯 조용히 내려앉는다. 폭죽처럼 터지지 않고 파도처럼 밀려오지도 않는다. 그저 가볍게 그러나 집요하게 삶의 표면을 덮는다. 오늘도 누군가는 그 먼지를 털어내듯 새 가방을 산다. 가죽을 사는 것이 아니라 가죽 위에 찍힌 문자를 산다. 그 문자가 나를 대신해 말해주기를 바란다. 나는 특별하다. 그러나 정작 특별한 것은 통장이 아니라 태그 달린 사진 한 장이다. 뉴욕의 부자에게 명품은 선택이다. 기분에 따라 고르는 와인처럼 어제는 루이비통 오늘은 프라다 내일은 에르메스. 그들의 삶은 이미 충만하니 가방은 여분일 뿐이다. 하지만 작금의 무주택자에게 명품은 구명조끼다. 월급의 절반을 내주고 겨우 건져 올린 존재감에 매달린다. 존재는 사라졌는데 존재의 흉내만 남았다. 우리는 언제부턴가 삶을 소비로 해석하기 시작했다. 자신을 꾸미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포장하는 일에 몰두한다. 나를 사랑하라는 말은 나를 포장하라는 주문으로 변했고 사랑은 사라지고 포장만 남았다. 그러나 포장은 오래 버티지 못한다. 비에 젖으면 찢기고 시간이 지나면 누렇게 변한다. 그때 드러나는 건 가방이 아니라 가방에 기댄 삶의 허기다. 진짜 품격은 명품에 있지 않다. 오늘의 욕망을 유예할 수 있는 자제 내일을 위해 남겨둔 선택 그것이야말로 가장 값비싼 보석이다. 그러니 묻는다. 당신은 지금 가방을 드는가? 아니면 가방에 매달리는가? 전자는 삶을 단단하게 하지만 후자는 삶을 갉아먹는다. 선택은 자유다. 그러나 그 자유의 결과는 당신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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