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은 서울 집값 버블일까?" 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최근 뉴스를 보면 당장이라도 부동산 하락장이 시작될 것 같은 기사들이 쏟아집니다. 5월 9일, 다주택자들에게 한시적으로 주어진 양도세 유예 기한을 앞두고 일부 다주택자들이 던지는 2~3억 원 낮춘 급매물들이 기자들에게는 훌륭한 먹잇감이 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냉정하게 시장을 바라봐야 할 때입니다. 서울에 아파트를 두 채 이상 보유한 사람들의 수는 생각보다 훨씬 적습니다. 그동안 굳건히 버티던 이들 중 일부가 정책적 압박에 흔들려 급매를 내놓은 것을 두고 '집값 꼭지'나 '거품 붕괴'로 확대 해석하는 것은 시장의 본질을 보지 못하는 것입니다.
오늘은 과연 지금의 서울 집값이 '거품'인지, 그리고 다가올 5월 9일 이후의 시장은 어떻게 변할지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집값이 거품인가에 대한 질문에 완벽한 정답은 없겠지만, 현재 서울의 부동산 시장 상황이 거품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명확합니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 폭락론자들이 자주 언급하는 2008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정확히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당시 미국의 상황은 지금의 한국과는 정반대였습니다. 한마디로 '누구나 빚을 내서 집을 사기 매우 수월한 시대'였습니다.
1. 무분별한 대출과 신용평가의 부재 은행들은 소득이나 직업, 자산이 없는 이른바 닌자(NINJA: No Income, No Job, no Asset) 대출자들에게도 집값의 100%에 가까운 돈을 빌려주었습니다.
2. 탐욕이 만든 파생상품, 유동화의 함정 가장 핵심적인 문제는 대출 이후에 발생했습니다. 은행들은 이 부실 위험이 높은 주택담보대출 채권을 모아 유동화하여 주택저당증권(MBS)을 만들고, 이를 다시 쪼개고 섞어 부채담보부증권(CDO)이라는 파생상품을 끊임없이 만들어냈습니다.
3. 수수료 파티와 버블의 극대화 금융기관들은 채권을 유동화하고 파생상품을 만들어 팔 때마다 막대한 수수료를 챙겼습니다. 월가의 투자은행들은 더 많은 수수료를 얻기 위해 대출 기관에 더 많은 서브프라임 대출을 요구했고, 신용평가사들은 이 위험한 파생상품에 최고 신용 등급(AAA)을 부여했습니다. 실체 없는 대출 채권 위에 수수료와 탐욕이 겹겹이 쌓이며 '버블에 버블'이 형성된 것입니다. (파생상품이 만들어지고 유동이 될수록 상품에는 업자들의 수수료가 추가됩니다. 내 상품을 사줄 더 큰 바보를 찾는 게임이 되는 것이죠.)
4. 버블의 붕괴 결국 미국의 기준금리가 인상되면서 이자 부담을 견디지 못한 서브프라임 대출자들의 연체가 시작되었습니다. 기초 자산인 집값이 하락하자, 그 위에 쌓아 올렸던 수많은 파생상품(MBS, CDO)의 가치가 연쇄적으로 휴지조각이 되며 글로벌 금융위기로 이어진 것입니다.
(최근 코스피 시장이 떠오르는 것은 기분 탓이겠죠...? 신용융자 역대급 + 반도체 레버리지 + 개인들의 줏대없는 투자... 등등)
반면, 현재 서울 부동산은 어떨까요? 아이러니하게도 지금은 집 사기가 역사상 가장 어려운 시기입니다. LTV, DTI는 물론이고 개인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을 엄격하게 따지는 DSR 규제가 이중 삼중으로 시장을 옥죄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의 10.15 대책은 대출의 사다리를 아예 치워버린 격입니다.
15억 미만 : 최대 6억 25억 미만 : 최대 4억 25억 이상 : 최대 2억
으로 대출 한도를 강력하게 통제해버렸습니다. 주택 가격이 비싸질수록, 즉 상급지로 갈수록 실질적인 LTV는 극단적으로 낮아지는 기형적인 구조가 된 것입니다.
이러한 말도 안 되는 대출 규제는 역설적으로 서울 상급지 부동산의 은행 의존도를 제로에 가깝게 만들었습니다. 철저하게 본인의 자본(Cash) 능력이 되는 사람만이 진입할 수 있는 시장이 되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2022년 말처럼 금리 쇼크가 와서 주담대 금리가 치솟더라도, 이자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눈물을 머금고 집을 던지는 패닉셀은 발생할 구조적 이유가 없습니다.
금융 투자의 기본 원칙은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High Risk, High Return)'입니다. 하지만 이 원칙은 적어도 서울 부동산 시장에서는 통용되지 않습니다.
서울 부동산은 철저하게 '로우 리스크, 하이 리턴(Low Risk, High Return)' 시장입니다. 물론 그 로우 리스크를 획득하기 위한 진입 장벽(초기 자본)이 매우 높을 뿐입니다.
1. 하방 경직성과 상승 탄력 상급지일수록 가격 방어력이 우수하며, 상승장에서는 절대적인 상승 금액이 훨씬 큽니다. 동일한 상승률이라 하더라도 모수(집값) 자체가 크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상급지가 하급지보다 상승률 자체도 높은 경우가 많습니다.
2. 리스크의 불균형 반대로 하락장이 오면, 대출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고 수요가 얕은 하급지가 상급지보다 먼저, 그리고 더 깊게 빠집니다. 회복 역시 가장 늦습니다. 즉, 하급지가 상급지보다 리스크는 훨씬 큰데 리턴은 적은 구조입니다. 서울 부동산은 상급지가 무너지면 하급지가 우르르 무너져 내리지만, 하급지가 무너진다고 해서 상급지가 타격을 입지는 않습니다.
현재 상급지는 대출 규제와 실거주 요건이라는 허들로 인해 그 어느 때보다 '단단한 자본'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경제 위기가 오더라도 쉽게 무너질 수 없는 요새가 되었습니다.
거품은 부채가 만들어내는 것인데, 부채가 들어갈 틈이 없는 곳에 거품이 낄 자리는 없습니다.
다주택자 매도 유예가 끝나는 5월 9일 이후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기자들이 좋아하는 '급매'는 자취를 감출 것입니다.
상급지는 철저하게 '1주택 실거주자'들 위주로 재편되며 그들만의 견고한 카르텔을 형성할 것입니다.
반면 임대차 시장은 혹독한 겨울을 맞이할 것입니다.
비거주 1주택 갭투자 매물은 점차 사라질 것이고, 5월 9일 이후에도 집을 팔지 않고 남은 다주택자들은 '버티기'에 돌입한 진성 홀더들입니다. 이들은 인상된 보유세와 향후 발생할 세금 부담을 결코 혼자 짊어지지 않습니다. 철저하게 임차인에게 조세 전가(Tax Incidence)를 단행할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시중의 전월세 매물은 멸종에 가깝게 줄어들고, 살아남은 소수의 전월세 매물 호가는 천정부지로 치솟을 것입니다. 상급지의 임차 시장은 그 높아진 주거 비용을 기꺼이 지불할 능력이 있는(Willingness to pay), 현금 흐름이 풍부한 사람들만이 진입할 수 있는 진정한 의미의 '그들만의 리그'가 될 것입니다.
시장은 언제나 과장된 이야기로 가득합니다. 누군가는 폭락을 말하고, 누군가는 끝없는 상승을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자산 시장을 움직이는 것은 공포나 희망 같은 감정이 아니라 결국 자본과 구조입니다.
지금 서울 부동산 시장의 구조는 2008년 미국과는 분명히 다른 모습입니다.
물론 언제든 조정은 올 수 있으며, 어떤 자산도 영원히 오르기만 하지는 않습니다. 서울 아파트도 물론 과열 국면 이후에는 필연적으로 조정을 겪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눈앞의 자극적인 기사에 흔들리기보다는 정책과 금융 구조, 그리고 자본의 흐름을 차분히 읽어내는 것이 투자자에게 훨씬 더 중요한 일입니다.
본인만의 주관을 가지고 냉철하게 시장을 바라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기자들의 말만 듣고, 정부의 공약과 그들이 하는 이야기를 듣고 시장을 곧이 곧대로 믿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이러한 네러티브를 주도하는 이들은 절대로 여러분들의 자산을 책임져주지 않습니다.
남의 시선이나 공포에 휘둘리기보다는 각자만의 기준과 원칙을 가지고 시장을 바라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끊임없이 공부하고 스스로 판단하여 여러분들의 자산을 스스로 축적하고 지켜나가시길 바라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부동산, 주식, 공모주 등을 투자하는 직장인 투자자로,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으니 많이들 놀러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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