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이거 모르면 전세 3억 날린다전세 계약서 필수 특약 최현정 기자 입력2026.03.07. 오후 2:01 기사원문
전세 계약 과정에서 특약 조항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전세 사기 피해가 계속 늘고 있다. 4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세사기피해자법 시행 이후 전세사기 피해자로 결정된 사례는 누적 3만6950건에 달하며, 올해 2월에도 501건이 추가로 인정됐다.
실제 피해자의 상당수는 보증금 3억 원 이하 임차인으로, 전세 계약 한 번에 수억 원이 묶이는 만큼 작은 계약서 문구 차이가 보증금 회수 여부를 좌우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세 사기 피해가 이어지면서 계약 단계에서 위험을 차단하려는 세입자들도 늘고 있다. 등기부등본 확인이나 보증보험 가입만으로는 보증금을 지키기 어렵다는 사례가 반복되면서, 현장에서는 계약서 특약이 사실상 마지막 안전장치로 주목받고 있다.
전세 분쟁의 상당수는 계약 당시가 아니라 계약 이후에 발생한다. 잔금 전 근저당이 새로 설정되거나 추가 대출이 실행되면 임차인의 보증금은 후순위로 밀릴 수 있다.
부동산 전문 엄정숙 변호사(법도 종합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등기부 확인만으로 안전하다고 판단하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 분쟁은 계약 이후 상황 변화에서 발생한다며 특약은 사기를 막는 장치라기보다 문제가 생겼을 때 임차인을 보호하는 법적 근거가 된다고 강조했다.
잔금일까지 권리관계 동결 조항
가장 기본이 되는 특약은 계약 체결 시점의 등기 상태를 잔금일까지 유지하도록 명시하는 것이다. 계약 이후 임대인이 추가 담보대출을 받거나 근저당을 설정할 경우, 임차인이 계약을 해지하고 계약금을 반환받을 수 있도록 해야 실효성이 생긴다.
전입 직후 신규 담보 설정을 금지하는 조항도 함께 두는 것이 안전하다. 임차인은 전입과 확정일자를 갖춰야 대항력을 취득하는데, 그 사이 설정된 담보에는 후순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엄 변호사는 가장 흔한 분쟁은 계약 이후 잔금일 사이에 근저당이 새로 설정되는 경우라며 권리관계 변동 시 즉시 해제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특약에 명확히 적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보증보험 불가는 경고 신호
보증보험 가입이 거절되는 주택은 구조적으로 위험 신호일 가능성이 높다. 공시가격이나 선순위 채권 규모 등 보증기관의 심사 기준에 따라 가입이 제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계약을 무효로 하고 계약금을 반환하도록 명시하는 조항을 두는 것이 현실적인 대응으로 꼽힌다.
주택 시세 대비 대출과 보증금 합계가 일정 수준을 넘을 경우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하는 선순위 채권 비율 제한 조항, 계약 기간 중 세금 체납이나 압류 발생 시 해제권을 부여하는 문구도 실무에서 활용된다. 잔금 시 임대인이 국세·지방세 완납 증명서를 제출하도록 특약에 명시하는 방식도 체납 리스크를 줄이는 방법으로 꼽힌다.
등기부에 가등기나 신탁이 기재된 경우 역시 권리 구조가 복잡해질 수 있어, 해당 사실이 확인되면 계약을 무효로 한다는 내용을 명확히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신탁등기가 된 주택은 수탁자(신탁회사)의 사전 동의 없이 체결한 임대차 계약이 무효로 판단될 수 있어, 계약 전 신탁 원부와 수탁자 동의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억제력은 배액 배상에서 나온다
특약 위반 시 단순 반환이 아니라 계약금 배액 배상을 명시해야 억제력이 생긴다. 다만 과도하거나 이행이 불가능한 조항은 오히려 분쟁의 씨앗이 될 수 있다.
엄 변호사는 좋은 특약은 상대를 옭아매는 것이 아니라, 분쟁이 발생했을 때 해석 기준을 미리 정해두는 것이라며 전세 계약은 수억 원이 오가는 금융 거래에 가깝기 때문에 문구 하나가 회수 가능성을 좌우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약은 만능이 아니다. 계약 당일 등기부 재확인, 전입 신고와 확정일자 확보, 보증보험 가입 여부 점검까지 병행해야 실질적인 보호가 가능하다. 결국 계약서는 형식이 아니라 위험을 어떻게 분산할 것인가를 설계하는 문서에 가깝다. 전세 계약서에 어떤 특약을 넣느냐에 따라 향후 보증금 분쟁 대응이 달라질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