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규제에 입주 절벽까지 1400가구 대단지에 전세 매물 1건뿐 정순우 기자 입력2026.03.06. 오전 12:32 기사원문
서울 강북 전세 실종 심화
지난 3일 서울 성북구 길음동의 한 아파트 단지 앞. 1377가구 대단지인데 인근 공인중개업소를 찾아 전세 매물을 찾으니 딱 한 건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나마 그 한 건의 호가는 직전 실거래가(5억원)보다 1억8000만원이 높았다. 월세는 아예 없었다. 공인중개사 박영희씨는 평소 평형대별로 적어도 2~3건씩, 단지 전체로는 10건 이상 전·월세 물건이 있었는데 작년 10월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이후엔 임대 매물이 거의 끊겼다고 했다.
봄 이사철을 앞둔 서울 강북권 아파트 전세 시장에서 매물 실종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다주택자 규제와 실거주 의무 강화로 임대 가능한 물건 자체가 줄어든 데다, 재건축·재개발 지연으로 신규 입주 아파트 공급마저 끊긴 결과다. 과거에도 금리 인상이나 임대차 규제 강화 여파로 전세가 급감한 사례가 있었지만, 대체로 월세 공급이 늘어 세입자에게 선택의 여지는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임대 가능한 아파트 자체가 줄고 있다. 무주택자들은 무리해서 아파트를 사거나, 빌라·오피스텔로 옮겨야 하는 처지로 내몰리고 있다.
전세 실종 심화하는 강북
부동산 정보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5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월세 매물은 3만4766건으로, 1년 전(4만8214건)보다 27.9% 줄었다. 구별 감소율을 보면 성북(-86.4%), 노원(-71.8%), 관악(-69.5%), 강북(-67.1%)으로, 강북권이 서울 평균의 2~3배 속도로 전세 매물이 사라지고 있다.
단지별로 들여다보면 상황은 더 극적이다. 강북구 SK북한산시티는 3830가구 규모 대단지인데도 전세 매물 3건, 월세 1건만 남아 있다. 1505가구인 중랑구 사가정센트럴아이파크는 월세 1건이 전부다. 수천 가구 아파트에 세입자가 선택할 수 있는 물건이 손가락으로 꼽히는 상황이다.
매물 품귀는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 한국부동산원 집계 기준, 이번 주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0.08% 올랐다. 반면 성북(0.17%), 노원(0.15%), 중랑(0.14%) 등 강북권의 상승률은 서울 평균의 두 배 안팎이다. 서울 전체 전셋값 평균 상승률이 1월 넷째 주(0.31%)에서 이번 주 0.08%로 크게 꺾였음에도, 이들 지역은 오름폭이 유지되거나 오히려 커졌다.
실거주 규제와 입주 절벽의 영향
강북 전세 시장이 유독 타격이 심한 데는 구조적인 이유가 있다. 다주택자 임대 물건과 신규 아파트 입주에 따른 물량이라는 양대 공급 채널이 모두 무너졌기 때문이다.
우선 작년 10월 서울 전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고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가 오는 5월 종료됨에 따라, 다주택자들이 임대 중이던 매물을 실거주 예정자에게 처분하기 시작했다. 임차인이 살던 집이 팔리면 그 집은 전·월세 시장에서 빠져나갈 수밖에 없다.
신규 입주 아파트가 거의 없다는 점도 전세난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작년 3월 성북구 장위자이레디언트(2840가구) 입주 이후 노원·도봉·강북·성북 4개 구에서 500가구 이상 신규 아파트 입주는 한 건도 없었다. 올해도 서울에서 1000가구 이상 대단지 입주가 예정된 곳은 서초·송파·동대문·강서뿐으로, 강북권은 빠져 있다. 신규 입주 아파트가 들어서면 세입자들이 이동하면서 주변 전세 시장에 물건이 풀리는 연쇄 효과가 사라진 것이다.
강북과 대조적으로 송파구는 전·월세 매물이 1년 전보다 66% 늘면서 전세 가격이 6주 연속 하락세다. 작년 12월 잠실래미안아이파크(2678가구)와 올해 1월 잠실르엘(1865가구)이 잇달아 입주하면서 단기간에 4500여 가구가 시장에 풀린 결과다.
정순우 기자 snoopy@chosun.com 김윤주 기자 yunj@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