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시장의 움직임을 단지 수요와 공급이라는 숫자의 균형으로 설명하는 것은 어딘가 부족하다. 실제 시장에서 더 강력하게 작용하는 것은 심리의 루프, 즉 기대와 감정이 서로를 자극하며 되돌아오는 피드백 현상이다. 특히 상승장의 구조는 단순히 가격이 오르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오름세가 사람들의 기대를 자극하고, 그 기대가 다시 매수를 부추기며, 매수세는 공급을 잠그고, 그로 인해 가격은 더 오른다. 이 루프는 마치 감정의 공명처럼 작용한다. "더 늦기 전에 사야 한다"는 욕망, 그리고 "놓치면 손해 본다"는 불안, 이 두 감정이 상승장을 이끄는 가장 강력한 연료다. 물론 시장에는 수많은 변수들이 있다. 정책, 금리, 인구 구조, 공급 물량 등. 하지만 그중에서 심리가 만들어내는 피드백 메커니즘은 가장 근본적이고 강력한 요인 중 하나다. 왜냐하면 그것은 단순한 경제 행위가 아니라 인간의 이기심과 공포, 바로 삶에 대한 태도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락장 역시 마찬가지다. 흔히 말하듯, 하락장에서 매수인은 기다리고, 매도인은 불리한 위치에 선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하락장이 오면 매도인의 재량, 협상력 자체가 사라지기 쉽다는 점이다. 시장은 더는 그들의 조건을 들어주지 않는다. 매도인은 이제 '을'이 되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공급은 오히려 적극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 가격이 더 떨어지기 전에 '어떻게든 처분해야 한다'는 압박이 그들을 움직이게 만든다. 물론 반론도 있다. 사람마다 기대와 심리는 다르고, 모두가 같은 방향으로 생각하진 않는다는 점. 맞는 말이다. 하지만 이 다양성은 국면의 전환기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상승장에서 언제나 누군가는 “이건 꼭대기야”라고 말한다. 그들은 상승 내내 회의적이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그조차도 점점 설득당해간다. 8~9년간 계속된 상승장 끝자락에서, 그조차 ‘이제는 오를 수밖에 없다’고 믿게 되는 것, 그것이 군중심리의 설득력이다. 다만 이 구조가 모든 곳에 동일하게 작동하는 것은 아니다. 아파트 시장은 단일하지 않다. 지역별, 계층별, 가격대별로 완전히 분절된 시장이다. 강남의 20억대 아파트와 지방 중소도시의 2억짜리 아파트는 완전히 다른 논리로 움직인다. 그래서 시장 전체가 한 방향으로 가는 듯 보여도, 그 안에서는 다른 국면들이 동시에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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