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도세가 있으면 더 좁은 집이나 하급지로 갈아타야 하기 때문에 고가주택에 대해서도 장기보유 특별공제는 유지되어야 한다'는 것이 고가주택 장특공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가장 흔한 주장이다. 고가주택 장특공이 없으면 이전 비용이 증가하여 거주 이전이 제약된다는 거다. 난 이 주장이 그냥 생떼나 궤변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자기소유의 공장을 운영하던 사람이 확장이나 산업구조 변화 대응을 위해 사업장을 옮기려면 엄청난 양도세를 부담해야 한다. 10억에 산 공장을 10년 후 20억에 판다면 약 3억원의 양도세를 내게 된다. 벌어놓은 돈이 많지 않다면 사업을 축소해야 한다. 주택 외의 부동산은 15년을 보유해도 장특공이 최대 30%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만약 아파트를 10억원에 사서 10년후 20억원에 팔면 세금은 차익의 1.2%인 1,200만원 정도가 된다. 같은 조건으로 공장을 사고 팔았을 때의 세금은 1,200만원의 25배인 3억원 정도다) 농사짓던 사람도 마찬가지다. 토양변화 등으로 인해 경작지를 옮길 때 양도세를 커버할 수 없다면 면적을 줄여야 한다. (참고로 자경농지 양도세 감면은 그 한도가 불과 2억원이다. 고가주택 장특공처럼 무제한이 아니다) 기업주가 뼈빠지게 일해서 키운 자기회사 지분을 팔아도 엄청난 양도세를 내야한다. 공장, 경작지, 사업체도 주택 못지 않게 아니 그 이상으로 생존 유지에 필수적인 자산이지만 이런 자산은 아무리 오래 보유했더라도 팔 때 차익의 30% 정도에 달하는 양도세를 부담해야 한다. (차익이 크지 않다면 세율은 낮아질 수 있다)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사업을 줄이지 않고 어찌어찌 생업을 이어가고 있는 현실이다. 이런 사정에서 사치재인 고급주택의 차익에 대해서만 80%의 특별한 공제혜택을 무제한으로 주는 것이 정당화 될 수 있을까? 그것도 매도가에서 12억 미만이 차지하는 부분은 아예 비과세를 적용하면서 까지 말이다. 생산을 소비보다 우선적으로 지원한다는 것이 세법의 기본정신이다. 예컨대, 생산 관련 지출에 대해서는 부가세가 환급되지만 소비관련 지출에 대해서는 환급되지 않는다. 공장, 경작지, 사업체처럼 생산활동에 쓰이고 고용을 창출하는 것도 아닌 고가주택에만 오히려 특별한 혜택을 주는 것은 도무지 이치에 맞지 않는다. 무지막지한 양도세에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사업용 부동산이 꾸준히 증가해온 것처럼 고가주택 양도세 장특공이 사라져도 고가주택 소유자들의 주거면적이 감소하지는 않을 것이다. 창업과 사업의 유지에 필요한 공장을 장만하려고 전세에 들어가거나 집을 줄이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이런 선택을 한 이들은 강남에 영끌한 사람들보다 세제상으로 월등하게 불리한 처지에 놓이게 된다. 이게 정상적인 국가가 국민을 대하는 태도일까? 심지어 창업과 경영을 위해 강남의 아파트를 처분까지 했다면 어떨까? 평생 중소기업을 운영해온 누군가의 아버지가 공장을 정리해도 허름한 집 한채를 살 수 없어 자식 집에 얹혀 산다는 얘기 정도는 수도 없이 들었다. 진작에 공장 접고 강남에 아파트 사둔 아버지만 떵떵거리며 사는 세상이다. 여기까지 말해도 눈하나 깜빡하지 않고 고가주택만큼은 특별한 혜택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을 거다. 그럼 할말이 없다. 거기에 무슨 말을 더 하겠는가.. 나름 이해를 해보려고 노력해 봤지만 나는 지금의 고가주택 장특공을 정당화할 근거를 찾을 수 없었다. 집값상승과 양극화의 가장 큰 원인인 고가주택 장특공을 20년 가까이 방치하는 이 나라를 납득할 수 없었다. 12억 미만 비과세 규정으로 주택에 대한 배려는 이미 차고 넘친다는 생각을 할 뿐이다. 참고로 MB이전에는 주택의 양도세 장특공이 15년 보유시 최대 45%로 80%인 지금의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이었다. 주택의 장특공도 다른 부동산처럼 30%를 적용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것이 사견이다. 이래야 중소 자영업에 자원을 투입하는 사람들의 기업가 정신이 위축되지 않으면서 자원의 배분도 왜곡되지 않을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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