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blog.naver.com/jongtac21/224033110782자본주의는 종종 자유와 기회의 동의어로 불린다. 그러나 은행 창구 앞에 서는 순간 그 낭만적 신화는 종이처럼 구겨진다. 대출의 세계는 민주주의가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서열과 위계로 조직된 은밀한 계급 제도의 한 단면이다. 정부는 서민 맞춤형 금융이라는 구호를 걸어두지만 그 맞춤은 늘 윗사람들의 체형에 맞추어진다. 공무원, 대기업, 금융권 종사자들은 은행원에게 설명을 듣고 일반 직장인은 통보를 받는다. 같은 문서에 서명하지만 서명 뒤에 보장되는 세계는 전혀 다르다. 이 불평등은 단지 금융의 기술적 차원이 아니다. 그것은 도시의 지도를 바꾸고 세대의 운명을 갈라놓는다. 강남의 건물을 사들이는 연예인 선점의 달인이 된 대기업 직원 기회를 독점하는 금융권 종사자는 단지 개인적 성공의 주인공이 아니라 구조의 특권적 산물이다. 반대로 개미 투자자는 늘 시간에 늦는다. 이미 오른 가격을 쫓으며 빚이라는 족쇄를 차고 들어간다. 한국은행이 수십 조 원의 유동성을 풀어내며 시스템 안정을 외치지만 그 돈은 기묘하게도 밑바닥까지 스며들지 않는다. 자본은 중력처럼 아래로 흐른다지만 실제로는 제방을 쌓을 능력이 있는 자들만 물을 가둔다. 물은 흘러넘치지 않고 그들의 연못에서만 증발한다. 결국 우리는 냉혹한 사실 하나와 마주한다. 돈을 버는 사람은 늘 따로 있다. 그리고 그들이 누구인지는 따로 밝힐 필요조차 없다. 은행의 태도와대출 조건 그리고 부동산 등기부가 이미 차갑게 증언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 불편한 진실은 자본주의의 결함이 아니라 어쩌면 자본주의의 본질일 것이다. 자유와 평등을 말하지만 정작 작동하는 방식은 서열과 차별이다. 부동산 양극화는 투기의 산물이 아니라 제도의 귀결이다. 그 질서는 앞으로도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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