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동안 본업과 개인적인 일들로 바빠, 오랫만에 까페에 글을 올려봅니다. 이번 이재명 정부의 극단적인 10.15 부동산 대책으로 인해 시장이 많이 혼란스러운 상황 입니다. 많은 전문가들과 커뮤니티에서는 각자 의견을 내기에 바쁘고, 보수 커뮤니티에서는 보수 커뮤니티 대로, 진보 커뮤니티에서는 진보 커뮤니티 대로, 서로 정부가 잘 했다 못했다 하는 갑론을박이 즐비합니다. 보수 커뮤니티에서도 때로 틀린 말이 있고, 진보 커뮤니티에서도 가끔 맞는 말도 있으니, 역시 대한민국은 전 국민이 전문가 수준의 부동산 식견을 갖춘, 세계 최고의 부동산 공화국인 만큼 연일 쏟아지는 콘텐츠와 정보의 양도 어마무시 하고 그 속도와 열기를 따라가기가 힘든 것 같습니다. (** 이렇게나 부동산에 관심이 많고, 이렇게나 부동산을 사랑하는 나라와 민족인데, 과연 부동산 떡락이 가당키나 할런지 참 의문 입니다. -> 좋든 싫든 관심은.... 사랑인데 말이죠.) 이렇게 온 나라가 서울 수도권 부동산 이야기로 뜨거운 가운데, 과연 이번 부동산 대책이 앞으로 가져올 변화는 무엇일까? 정부가 무심코 날린 강 펀치에, 과연 시장은 어떤 훅(hook)으로 받아칠 것인가? 많은 대중들이 그 귀추를 주목하고 있습니다. 저 또한 금번 대책 이후 부동산 시장의 향방을 가늠하기 위해, 10.15 이후로 며칠간 나름대로 생각의 시간을 가져보았습니다. 그리고 그 생각 끝에 내린 결론은. 과연 10.15 이전과 이후로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의 구조가, 그 근본적인 펀더멘털이 달라졌는가 하는 의문이었습니다. 잠시 시간을 돌려, 지난 봄으로 돌아가 봅시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을 기준으로 볼 때, 올 해 부동산 시장은 총 3차례의 파동이 있었습니다. 1) 지난 3월, 오쏘공의 토허제 해제 해프닝으로 시작된 강남발 최상급지 상승장이었던 1차 파동 2) 민주당 집권시 폭등장 트라우마와 스트레스 DSR 3단계 등 금융 규제를 앞둔 마용성발 상승장이었던 6월의 2차 파동 3) 이재명 정부의 1차 대출 규제, 2차 공급 대책의 제로 타격감으로 인해 심리적 FOMO가 발동하여, 내집마련 막차 탑승과 지방 원정 갭투자가 시장을 주도하였던 중급지 상승장이었던 9월의 3차 파동 위의 3가지 파동 중, 3월의 1차 파동은 윤석열 정부의 계엄 사태로 인해 지난 겨울 동안 일시정시 되었던 작년의 상승장이 다시금 이어지는 흐름 속에 있었고, 6월의 2차, 9월의 3차 파동은 사실 이재명 정부로 정권이 바뀐 이후에도 사실 근본적으로 전혀 달라진 것이 없는 대한민국 부동산 현실 인식에 기인한 것이었습니다. 최근 공개석상에서 나타난 대통령의 언급에 그대로 드러나듯 모든 나라에서 대부분 합법적인 부동산 투자는 '부동산 투기'로 낙인을 찍고, 대한민국 집값은 OECD 최고로 고평가 '거품'이 껴 있으며, 스캘핑 단타와 레버리지/파생 투자가 만연한 주식 시장은 자본이 선한 생산성을 띄고, 전월세 공급자로, 소소한 임대수익으로, 노후를 대비하고자 하는 임대인이 있는 부동산 시장은 다주택자가 무주택자를 착취하는 악의 축으로 내모는 것이 과연 올바른 현실 인식인 것 인지는 여전히 의문이 남습니다. 모든 세상 만사에는 작용과 부작용이 있고, 동전의 앞면이 있으면, 뒷면이 있듯, 명과 암이 있습니다. 단지 개개인으로서는 부작용 보다는 작용을 좀 더 크게, 암 보다는 명을 크게 만들어서 모두가 같이 세상을 좀 더 나은 곳으로 끌어올리는 데 노력할 필요가 있습니다. 저는 그 방향성이 더 많은 사람들의 서울의 깨끗하고 품질 좋은 주택으로 들어와, 세계적 수준으로 좋은 서울의 인프라를 맘껏 누리는 세상이라고 생각 합니다. (재개발/재건축 투기꾼들을 혐오하는 폭락론자 당신은 과연 아름다운 한강과 서울의 야경을 러닝 트랙 삼아 마음껏 달려본 적이 있습니까? 그 러너스 하이를 더 많은 사람들이 느끼도록 하는 것이 과연 사회적 악일까요?) 국민 주권을 위한다는 이재명 정부가 그렇게 염원하는 내수 경기 활성화와 양극화 해소는 부동산과 같은 크고 안정적인 자산의 가격이 올라가면 '부의 효과(wealth effect)로 인해 내구재 소비가 증가하고, 내수에 생기가 도는 것을 우리는 이미 지난 부동산 상승장에서 경험한 바 있습니다. 오히려 코로나 지원금 이나 민생회복 지원금 같은 단기 연명 진통제는 근본적인 '부의 효과'를 만들어내지는 못하고 잠시 반짝하다 소멸될 뿐 입니다. 더 많은 사람들을 자산가로, 자본가로, 유주택자로 만들어가는 것이 국가의 부를, 국민의 부를, 점진적으로 키워간다는 사실을 그들은 결코 인정하지 않을 것 입니다. (어디까지나, 폭등이 좋은 것이 아니라, 점진적인 우상향이 올바르다는 뜻 입니다.) 영화 [올드보이] 속 유지태의 대사 마냥 '자꾸 틀린 질문만 하니까 맞는 대답이 나올 리가 없는 것' 입니다. 저는 지난 몇 차례의 글에서 이재명 정부는 잘못된 현실 인식으로 인해 시작부터 모순과 딜레마를 가지고 있으며, 앞으로 저한도 대출 규제 등 수요 억제책이 집권 기간 동안 지속해서 반복될 것을 예상하였습니다. 그 뿐만 아니라, 가장 뒤로 미뤄야했을 서울/수도권의 토허제 지정과 규제 지역 확대를 오히려 가장 먼저 꺼내듬으로써 이재명 정부는 시장의 흐름을 완만하게 바꿀 수 있는 정책적 카드를 너무나 빠르게 전부 소진하였습니다. 그리고 정부도, 시장도, 전 국민이 다 알고 있듯이 이제 마지막 남은 카드는 오로지 세금 규제 뿐일 것 입니다. 그러나 축구에서 남아있는 단 한명의 교체 선수마져 제대로 공을 차보지도 못하고 부상을 입는다면, 남아있는 후반전 경기는 실로 엄청난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단 한번의 실책 만으로도 곧장 패배로 이어질 수 밖에 없을 것 입니다. (이재명 정부로서는, 어쩌면, 다시금 급격한 금리 인상을, 외부로부터 오는 경기 충격을, 인디언 기우제 처럼 기다리게 될지도 모를 일 입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10.15 이전과 이후로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의 구조는 별로 달라진 것이 없습니다. 서울 부동산 오징어 게임의 룰은 여전히 그대로 유지 됩니다. 1) 서울/수도권 핵심 지역의 갭투자를 전면 금지한다. -> 전월세 임대물량 감소 & 실거주 똘똘한 한 채 매수로 시장 전환 지속 2) 2/4/6억 + DSR 40% 등 대출 한도 규제를 강화한다. -> 무주택 저자본 신규 진입층의 사다리 걷어차기 지속 & 수도권 외곽, 비규제 지역과 규제 지역 간의 양극화 심화 지속 (커트라인 안으로는 온기 지속 / 커트라인 밖으로는 온기 확산 미약) 3) 취득세, 양도세 등 다주택 중과 규정을 그대로 유지한다. -> 다주택자의 추가 진입과 퇴로 차단, 어차피 지방 소멸로 구조적인 서울 수도권으로의 유동성 쏠림을 더욱 가속화 단기적으로는, 시장의 얼음장세는 피할 수 없을 것 입니다. 문재인 정부에서 부동산 통계 조작으로 시장이 안정화 된 것처럼, 착시 효과를 노렸듯이, 이재명 정부는 부동산원 등의 통계 집계를 없애버리고, 거래를 인위적으로 증발시켜 신고가가 마치 세상에서 사라진 것처럼 비슷한 착시 효과를 노릴 것 입니다. 그리고 이런 착시 효과에 넘어간 많은 대중들은 몇 개월간은 마치 시장이 정부의 강력한 정책에 완벽하게 넉다운 되어 안정화된 것처럼 느끼게 될 수도 있을 것 입니다. 그러나, 기저의 구조적인 시장 불안과 장기간의 수요/공급 미스 매치에 따른 상승의 에너지는 계속해서 축적될 것 입니다. 기축 매물 감소와 매매 거래 실종, 부동산 시장으로의 유동성 유입 차단은 재개발/재건축 등 중장기 공급의 유일한 실마리를 또 한번 놓치게 할 것 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오히려 이번 정부가 만약 코스피 4000이든 5000이든 대주식의 시대를 빠르게 도래하게 만드는 것이 또 한 번의 자승자박적 실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 합니다. (과거의 문재인 정부는 수요/공급의 미스 매치를 전세 난민을 위한다며 전세 대출 확대로 잘못 대응함으로 전세 유동성 공급 -> 전세가 상승 -> 매매가 상승의 단초를 제공하였습니다.) 거기에 더해 그 동안 대체 투자, 포트폴리오 투자 등 투자 문화가 빠르게 선진화된 한국 자본 시장에서 금, 비트코인, 미국 주식 등의 사상 최고가 경신이 뒷받침 되어진다면, 그리고 그 때 넘치는 현금 유동성이 그 동안 잠잠했던 부동산 시장으로 리턴할 때, 정말 무서운 것은 작금의 부동산 대출 규제를 거의 무력화 시킬 수 있기 때문 입니다. (과거 많은 폭등장이 거래량 감소 기간 중 몇 건의 현금 거래 만으로 계단식 신고가 경신을 했을 때 입니다.) 더 이상의 시장 통제력을 잃어버린 대출 규제와 지선, 총선 표를 건 세금 규제 사이에서 성난 민심과 상대를 해야하는 진퇴 양난의 상황 속에서 과연 앞으로 정부가 할 수 있는 또 한 번의 '고육지책'은 무엇일까요? 정부와 정치인들은 필사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국 집값 상승은 잡을 수 없었다고 말 할까요? 아니면 군말없이 실책을 인정하고 의석과 지자체장의 자리를 내어줄 것 일까요? 그러나 우리는 지금도 여전히 '직'(지위, 공익) 보다는 '집(실리, 사익)'을 결코 놓치지 않는 것이 정치인의 생리 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ft. 김병기 논란) 마지막으로 정부의 조급하고 극단적인 대책 이면에, 오히려 이번에 반드시 시장을 잡지 못한다면 또 한번 정권이 무너지고 말 것이라는 막연한 두려움이 느껴진다면 지나친 억측 일까요? 그럼, 20세기 아재들이라면 기억할 드라마 [모래시계] 속 명대사를 끝으로 글을 마무리 합니다. (이재명 정부 왈) '나 지금 떨고 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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