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규제가 나온다고 한다. 시장 참여자들이 모두 이야기하던 규제가 온다. 빠르면 추석 전, 늦어도 10월 중에 규제가 나올 것 같다는 시장 참여자들의 생각이 이번에도 옳았다. 최근 부동산 시장은 확실히 정부보다는 시장이 먼저 알고 움직이는 느낌이 강하다. "이미 해본 게임이다"라는 생각에서 인지 시장 참여자들이 자신감을 얻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글에서는 어떤 부동산 규제가 나올 지 언론의 예상과 개인적인 인사이트를 기반으로 간단하게 전망해 본다. 규제 내용은 규제의 특성상 수요를 억제하는 내용의 규제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수요 억제하는 방법은 크게 대출 규제, 규제 지역 확대, 세금 규제 같은 것들이 있다. 이번 규제도 이 범위를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1. 대출 규제 대출은 이미 지난 6.27. 부동산 정책과 9.7. 공급 대책으로 많이 조여놓은 상황이다. 주담대 한도는 6억으로 제한되었고, 규제지역에 적용되는 LTV는 50%에서 40%로 낮아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 상급지, 이제 서울 중상급지와 수도권 상급지까지 확산되는 고가 거래를 막지 못했다. 상급지 아파트를 구매하는 사람들은 대출로 집을 사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아무리 대출을 조여도 큰 효과는 없을 것이다. 30억 집을 사는데 6억 대출 받으나 4억 대출 받으나 큰 차이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정도 능력이면 어떻게든 2억 정도는 추가로 마련할 수 있는 방안들이 있을 것이다. 따라서 지난 정부 때 사용했던 n억원 이상 주담대 금지 같은 강력한 정책이 다시 한 번 출현할 가능성이 있다. 규제 금액은 지난 번 15억 보다는 확실히 높을 것이다. 주담대 한도를 6억에서 4억으로 줄이는 것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미 언론에서 많이 언급되었기 때문에 이를 시행할 시 정부가 시장보다 아래에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비슷한 정책을 시행할 수는 있지만 정확히 이 정책을 내지는 않을 것 같다. 풍선 효과를 막기 위한 대책이 추가로 나올 것처럼 보인다. 시장 뿐만 아니라 정부도 5년 전에 이미 해본 게임이기 때문에 상급지 외 지역의 가격 인상을 막기 위한 추가적인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높다. 언론의 전망대로 DSR 한도를 40%에서 30%나 35%로 축소하는 방향이 유력해보인다. 이렇게 되면 상하급지 관계 없이 대출 총량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전세 대출과 관련한 규제가 나올 가능성도 높다. 전세 대출 한도가 추가로 줄어들 가능성이 있고 전세 대출을 일부라도 DSR에 포함하는 방안이 개인적으로는 이번 규제에는 포함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이 정부는 갭투자와 전세 없애기에 진심이기 때문이다. 2. 규제 지역 확대 이번 규제에서 가장 핵심이 될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은 이번에 지정이 어렵겠지만, 투기과열지구 같은 규제 지역만 되도 시장 참여자들에게 주어지는 제약이 상당히 강해지기 때문이다. 언론에서 언급하는 마포, 성동, 과천, 분당은 이미 규제 지역 지정이 확정된 상태로 보이고, 이 외에 규제 지역을 어디까지 넓혀서 적용하는 지가 관건이다. 풍선 효과를 막기 위해 선제적으로 서울 전역을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할 수도 있다. 대통령의 발언 중 여러 번 땜질보다는 한 번에 강한 규제를 내는 것이 낫다는 내용이 있었던 것으로 미루어 보아 개인적으로는 서울 전지역 + α의 광범위한 규제 지역 확대를 예상해본다. 조정대상지역 지정 없이 화끈하게 바로 투기과열지구로 갈 가능성이 커 보인다. 3. 세금 규제 가장 건드리기 어려운 부분이라 세법을 개정해서 추진하는 강력한 수준의 세금 압박은 없을 것이라 전망한다. 내년에 선거도 있고 증세 프레임에 갖히면 지지율에도 어려움이 있어서 정부 입장에서도 쉽지 않은 선택이다. 직접적인 세법 개정 외에 공정시장가액비율 인상, 공시지가 현실화 같은 방법을 통해 간접적으로 보유세를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거의 다 하고 있는 것 같기는 하지만 n억원 이상 아파트 구매 시 전수 자금출처 조사, 세금 납부 관련 조사 실시 같은 대책을 통해 간접적으로 수요를 억제하는 방안도 나올 수 있다. 4. 기타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상승률 동향 발표는 비공개로 바뀌거나 폐지될 것으로 보인다. 아무 죄도 없는 통계를 왜 건드리나 싶지만 정치인들이 그렇게 생각한다는데 어쩌겠는가. 이로 인해 비공식적인 통계 자료가 오히려 시장을 더 펌핑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저금리, 정부 재정 지출 확대, 인플레이션 등 요인으로 부동산 시장으로 자금이 쏠릴 것이 명확한 상황에서 이 자금의 흐름을 서울과 수도권이 아닌 지방으로 바꿔줄만한 정책이 나올 수도 있다. 예를 들면 아직도 미분양과 씨름하고 있는 지방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위해서 지방 부동산에 대한 규제를 더 과감하게 풀어주는 것이다. 가능성은 낮아보이지만 취득세 한시적 완화나 면제, 양도세 면제 같은 강력한 당근을 제시할 가능성도 있다. 현 대통령의 특성상 뭔가 시장에서 예상하지 못한 센 내용의 규제가 몇 가지 나올 것 같은데 예상하기가 어렵다. 부동산 규제 효과는 지난 수십 번의 사례가 증명하듯 효과가 없거나 크지 않을 것이다. 이미 시장 참여자들이 정부 머리 꼭대기에서 놀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주의가 몰락한 이유는 정부의 계획과 전망이 시장의 자정 능력을 따라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정부가 정교하게 상황을 시뮬레이션하고 예측한다고 하더라도 시장의 효율성보다 뛰어날 수 없다. 분명히 막지 못한 부분이 생기고 시장은 그 부분을 기가 막히게 파고 든다. 새로운 문제가 발생하고 정부는 또 규제를 고민하지만 결국 같은 패턴이 계속 반복된다. 금리 인하 흐름, 적극적인 확장 재정, 공급 부족, 인플레이션 등 거시 경제의 흐름이 부동산과 실물 자산의 상승을 가리키고 있다. 이 상황에서 정부가 규제를 낸다고 부동산 가격이 쉽게 진정이 되겠는가? 주식도 오르고 금도 오르고 은도 오르고 디지털 자산도 오르고 다 오르는데 부동산만 오르지 않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우린 이미 5년 전 이 게임을 해봤다. 이번에도 게임의 과정과 결과는 크게 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단순히 수요만 억누르는 규제만으로는 부동산 가격을 잡을 수 없다. 확실한 공급 없이 규제만 반복하는 정책의 효과를 우린 이미 봤다. 만약 지난 9.7. 대책처럼 부동산 대책이 어정쩡하게 나온다면, 사람들을 더 자극할 가능성도 높다. 세금 규제 역시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다. 보유 부담을 늘려서 시장에 매물이 나올 수 있게 유도하는 방향까지는 좋은데, 시장 참여자들의 그간 학습 효과로 '버티기'에 들어갈 것이 자명하기 때문에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다. '버티다가 정권 바뀌면 또 세금 내려줄텐데 뭐하로 파나'가 이미 증명되었기 때문이다. 보유세가 엄청나게 오르지 않는 이상, 세입자한테 일부 전하는 방식으로 버티는 것이 낫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 시장 예상보다 센 규제가 나오면 단기적일지라도 시장의 열기는 일단 내려 간다. 문제는 그 이후이다. 6.27. 대책의 효과는 두 달을 채 가지 못했다. 이번 대책도 효과가 얼마나 갈지, 그 이후에 어디서부터 다시 훈풍이 불어올지 주목해야 한다. 서울 전역, 수도권 상급지까지는 규제 효과가 먹히지 않을 것으로 본다. 위 지역 아파트들은 어떻게든 사람들이 사려고 노력할 것이다. 관건은 규제로 막힌 돈의 흐름이 수도권 중하급지, 외곽 부동산까지 퍼질 수 있느냐이다. 풍선 효과의 범위가 어디까지 미칠지가 관건이다. 과거 5년 전에는 수도권 외곽, 지방까지 상승 흐름이 퍼졌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고 생각한다. 하급지 부동산을 높은 가격에 사느니, 차라리 미국 주식을 하거나 코인을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시장 참여자들이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특히 부동산을 주로 매수하는 3040세대들 사이에서 이런 인식이 강하게 느껴진다. 이번 규제의 구체적인 내용이 어떨지, 후폭풍이 어디까지 미칠지 사뭇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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