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주식 판 돈, 여기에 묻혔다부자들 빨아들인 강남 블랙홀 김은경 기자 입력2026.03.02. 오후 2:53수정2026.03.02. 오후 4:04 기사원문
주택 매수 자금조달계획서 분석 결과 강남 주택 매수 자금, 주식·채권 매각대금이 증여 앞서 강·서·용 3곳, 주식 판 돈이 증여 앞서 외곽은 증여 우세핵심지로 자금 쏠려 자산시장 활력, 강남 블랙홀 빠져서야
[이데일리 김은경 기자] 지난해 서울 아파트 매수 자금 출처를 분석한 결과 강남 등 핵심지에서는 부모로부터 받은 증여보다 주식·채권 매각대금 규모가 더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대부분 외곽 지역에서는 증여상속 규모가 더 컸다. 지난해 국내 증시가 큰 폭으로 상승한 가운데 주식을 팔아 확보한 자금 일부가 강남권 핵심지에 집중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2일 이데일리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복기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국토교통부 서울 내 주택 매수 자금조달계획서를 토대로 서울 25개 자치구를 전수 분석한 결과 주식·채권 매각대금이 증여상속 규모를 앞선 곳은 강남구·서초구·용산구 등 이른바 강·서·용 단 3곳에 불과했다. 나머지 22개 자치구는 증여상속 규모가 더 컸다.
강남구의 주식·채권 매각대금은 6152억원으로 증여상속(5148억원)을 웃돌았다. 서초구 역시 주식 매각 자금이 4278억원으로 증여(3536억원)를 앞섰고 용산구도 1725억원으로 증여 규모(1512억원)보다 많았다.
지난해 코스피가 큰 폭으로 상승한 점이 자금 구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지난해 약 75% 상승하며 주요 20개국(G20)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증시 상승 과정에서 형성된 금융자산 일부가 현금화돼 핵심지 주택 매수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다만 같은 강남권이라도 흐름은 완전히 일치하지 않았다. 신규 핵심지로 떠오른 송파구는 증여상속이 5334억원으로 주식 매각대금(4264억원)을 앞섰다. 고가 지역에서도 가족 자금 비중이 여전히 크게 나타난 사례다.
반면 외곽 지역은 증여상속 규모가 주식 매각대금을 앞섰다. 금·관·구로 묶이는 금천·관악·구로구의 경우 주식 매각대금이 각각 83억원·395억원·408억원 수준에 머문 반면 증여상속은 100억원·622억원·708억원으로 더 크게 나타났다. 특히 중랑구는 증여 규모가 334억원으로 주식 매각 자금(111억원)의 약 3배에 달해 가족 자금 의존도가 가장 높았다.
강북 중간 가격대 지역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확인됐다. 동작구의 증여상속은 2243억원으로 주식 매각대금(1244억원)을 크게 웃돌았고, 강동구 역시 증여(2430억원)가 주식 매각 자금(1433억원)보다 많았다.
전문가들은 대출 규제 환경 속에서 현금 동원력이 높은 투자자 중심으로 핵심지 매수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금융자산을 활용한 매수 구조가 일부 고가 지역에서 두드러졌다는 해석이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흐름이 단순한 증여 여부를 넘어 자산시장 참여 경험의 차이와도 맞닿아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과거처럼 부모의 직접적인 자금 이전뿐 아니라 금융자산 투자 과정에서 형성된 자금이 주택 매수 여력으로 이어졌다는 의미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평균 거래 가격이 높은 강남권은 과거에 이미 사전 증여가 상당 부분 진행됐을 가능성이 있고 최근 주가 상승으로 금융자산을 활용한 매수 여력도 일부 작용했을 수 있다며 어린 시절부터 금융자산을 축적해 온 경우도 많아 자산시장 참여 경험 자체가 종잣돈 형성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복기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강남권 자산가들이 주식과 채권으로 불린 막대한 시세 차익을 강남의 똘똘한 한 채로 옮겨 심는 양상이 뚜렷하다며 자산시장의 활력이 실물 경제로 흐르지 않고 강남 부동산이라는 거대한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는 현상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김은경(abcdek@edaily.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