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늦은 감은 있지만 보유세 인상 얘기가 결국 등장했다. 보유세로 집값을 잡을 수 있을까? 보유세를 미국의 절반 수준까지라도 올릴 수 있다면 당연히 집값을 잡는데 큰 도움이 될거다. 미국과 같은 수준까지 올린다면 3년 안에 강남 집값 반토막 내는 건 일도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이게 실현될 가능성은 제로라고 본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미국에서는 주마다 다르지만 시가 30억 아파트를 소유할 경우 평균 연간 5천만원 정도의 보유세를 부담해야 한다. 영국의 경우엔 2천5백만원 정도다. 미국에서 한국으로 직장을 옮긴 거래처 사람과 얘기를 나눈 적이 있다. 그 사람이 살던 미국 주택이 시가 7~8억 정도였는데 연간 보유세로 내는 세금이 천만원 정도였단다. 그것도 낮은 편이라고 했다. 뉴욕 같으면 2천만원 정도를 내야한다고 했던 걸로 기억한다. 한국인이 많이 거주하는 뉴저지에서 중개업을 하시는 분의 말씀에 따르면 한화 30억원 정도의 주택이면 1년에 4,500만원의 보유세가 부과된다. 우리나라의 경우를 보자. 올해 들어 시세가 30억 정도까지 오른 아파트들의 작년 종부세가 100만원 정도였다. 여기에 고령자 공제 등을 적용하면 실제 내는 세금은 20만원 정도로 줄어든다. 사실상 없는거나 다름 없다. (재산세까지 포함해서 이런저런 정보들을 종합해 비교해 보면 한국의 보유세는 미국의 약 10분의 1수준인 것으로 파악된다. 실제 통계자료에서도 이 정도로 확인된다) 지금부터가 문제다. 우리나라의 30억 아파트에는 부자들만 사는게 아니다. 연금 빼면 별 소득이 없는 고령 은퇴자들도 꽤 많이 거주한다. 젊었을 때 운좋게 좋은 위치에 집을 장만한 분들이다. 이분들 중 상당수가 2인 기준으로 월 생활비 3백만원을 못쓰고 산다. (사실이다. 집안에도 몇 분 계신다) 젊은 사람들도 크게 다르진 않다. 대부분은 평범한 급여생활자들이다. 문재인 정권 초기 이전에 영끌한 사람들이 많다. 애들 교육비 등 생활비 내고 나면 한달에 500만원 저축하기가 빠듯한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한테 다른 선진국처럼 보유세를 부과한다고 생각해보자. 미국처럼은 아니더라도 재산세까지 포함해서 30억 짜리 국평에 2,500만원의 보유세를 부담시킨다고 생각해보자. 그 여파는 불보듯 뻔하다. 지금처럼 특별한 소득 없는 은퇴자와 평범한 중산층 다수가 고가주택에 살고 있는 상황에선 저 정도의 보유세 인상만 일어나도 엄청난 저항이 따를 수 밖에 없다. 보유세 감당을 못해 자살하는 사람이 생길 수도 있을 거다. 폭동이 일어날 지도 모를 일이다. 보유세 카드의 이런 한계를 생각하지 않을 정권은 없다. 표의식 안하고 보유세 도발을 할 용기를 가진 정권은 없다. 그래서 지금까지 집값 올린 죄는 없지만 그 수가 적어서 표관리에 부담이 없는 생계형 다주택자들이나 때려 잡으면서 서민들의 분노를 배설시켜 왔던거다. 결국 보유세를 어느 정도는 올릴 수는 있겠지만 똘똘한 한채로의 쏠림을 의미있게 제어할 만큼의 인상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무엇보다 우리나라의 소득대비 집값 수준이 너무 높다는 것이 이런 상황을 만들었다. 정치권이 일관성 없이 보유세를 건드려 온 탓에 시장이 보유세의 급격한 인상을 정서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게 된것도 문제다. 한국의, 아니, 서울의 소득대비 집값이 지금처럼 터무니 없이 높아진 건 유독 고가의 1주택에만 초현실적일 만큼 혜택을 몰아준 세법의 탓이 크다. 우리나라는 다른 선진국들과는 달리 고가의 1주택에 대해서 만큼은 보유세도 낮고 양도세까지 낮은 매우 역진적인 주택관련 세제를 유지해 왔다. 이게 수요를 끊임 없이 자극하고 가진 집을 차마 팔 수 없게 만들면서 똘똘한 한채라는 괴물을 만들어 버린거다. 돈이 많아서 고가주택을 매입하는게 아니라 돈을 불리기 위해 고가주택을 매입하는 희한한 세태를 만는거다. 대한민국은 라면에도 10% 세금을 붙여서 팔고 초등생이 저축한 코묻은 돈에 붙은 이자 천원에도 세금 15.4%를 에누리없이 원천징수 해버리는 나라다. 이런 나라에서 보유세도 낮은데다 아파트 팔아서 번 돈 10억에 달랑 1.2%의 세금을 뗄 정도로 양도세까지 낮은 상황이니 고가주택으로 돈이 몰리는 거다. 특히 집팔아서 번 돈의 80%를 제한없이 없는 걸로 해주는 고가주택 장특공 규정은 지금의 강남과 한강벨트를 만들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보유세 인상이 실현 불가능하다면 남는 방법은 고가주택 장특공 폐지나 축소 밖에 없다. 10억에 산 아파트를 20억에 팔아서 번 돈 10억에는 1.2%인 1,200만원의 세금을 떼면서 같은 조건으로 공장을 사고 팔았을 때는 1,200만원의 25배인 3억원을 뜯어가는 세제를 방치하면서 집값을 잡을 수는 없는거다. 나는 1주택자니 보유세도 싫고 양도세도 싫다고 한다면 그건 억지다. 대한민국처럼 1주택자라고 해서 가액 불문하고 혜택을 몰아주는 그런 나라는 없는 걸로 안다. Ps., 부동산 세제를 미국과 비교할 때 자주 언급되는 잘못된 정보 두가지가 있다. '미국은 집을 살 때의 가격을 기준으로 재산세를 부과하기 때문에 재산세가 매수시점 수준에서 불변이라는 것'과 '미국은 양도세가 우리보다 낮은데다 양도세를 이연할 수도 있어서 없는거나 다름없다'라는 것이다. 둘 다 명백히 잘못된 정보다. 주택과 관련해서는 더욱 그렇다. 양도세 수준에 관해서만 조금 언급하자면 결론부터 말해 고가의 1주택 기준으로 미국이 우리보다 서너배는 양도세가 많다. 10억 매수 30억 매도 경우 대략 한국이라면 6천8백만원, 미국이라면 부부공동신고(Married Filing Jointly)시 3억1천만원, 독신일 경우 3억9천 만원 정도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순투자소득세(NIIT, Net Investment Income Tax) 포함 기준, 10년 거주 기준) 단, 건물 등 비주거용 부동산이나 다주택의 경우엔 우리가 미국보다 월등히 양도세가 높은게 현실이다. 다주택과 비주택에 대한 이런 차별적인 세법상의 취급이 똘똘한 한 채의 광풍으로 이어졌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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